운동하는 날이면 자차로 출퇴근하는 팀장님 덕에 차를 타고 체육관까지 이동합니다. 여유 있게 출발하면 5~10분 전에 도착하는데, 팀장님은 매번 죽어가는 목소리로 "5분만 있다 가죠"라고 속삭이지요. 그 5분 참 속절없습니다. 뒤이어 (속절이 좀 없었으면 싶은) 운동 시간 50분이 흐릅니다. 50분 동안 수십 번은 되뇌입니다. '운동이 힘든 건 내가 게으르게 살았기 때문이겠지?'

무거운 몸을 이끌고 집에 와 누워, 메타 인지를 발휘해 생각해 봅니다. 게으르지 않았어도 힘들 운동인데 (근육질 선생님도 하고 나면 힘들다고 했단 말입니다) 핑곗거리만 만들고 있는 건 아닌가 싶습니다. 내가 힘든 건 능력(체력)의 문제가 아니라, 노력 않는 게으름의 문제라는 핑계 말입니다. 이건 어쩌면 매순간을 '생산적으로' 살아야 한다는 현대인의 자기계발 강박에서 비롯된 사유가 아닐까! 마치 대단한 발견이라도 한 듯 우쭐해집니다.

님께 노력이나 자기계발을 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하고 싶은 건 아니에요. 적절한 운동이나 독서 등의 취미로 일상의 건강성을 유지하는 건 참 좋은 일이잖아요. (그런 의미로 소셜클럽을 운영하고 있기도 하고요.) 다만 그것만이 건강한 삶의 척도라는 식의 절대적 진리화는 조금 경계해야 할 필요가 있지요. '지금 행복하지 못한 건, 당신이 자기계발을 안 해서고, 게을러서다.' 그런 속삭임이야말로 환경이나 구조의 문제를 싸그리 무시하게 만드는 위험한 시도일지 모릅니다.

건강한 삶이란 대체 무얼까요? 이런 사고를 따라가다 보니 답을 쉽게 얻으려는 움직임에서 진리가 나오기는 어렵다는 결론이 났습니다. 하긴 현대인들 보면 건강한 삶을 논하기 전에 일찍 죽지 않는 데 힘 쏟는 게 맞는 순서일지도 모르겠네요. 다만 너무 힘 주고 살면 부러지기도 쉽겠거니 생각할 따름입니다. 힘을 빼고 흐름에 몸을 맡겨야 더 잘되는 운동도 있으니까요.

물론 전 아직 멀었나 봅니다. 운동 중, 흐름에 온몸을 맡기다가 정신을 놓아서 어깨를 다쳐버리고 말았거든요. 덕분에 운동을 일주일 정도 쉬게 됐네요. 한 번 쉬었다 가면 되죠. 어, 이거 오히려 좋은 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