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카카오톡에서 프로필 사진 바꾼 친구를 위에 띄워 주더라고요. 항상 휙 넘겨 버리곤 했는데, 엊그제는 기억 저편 속 이름이 보였어요. 카톡 친구 목록에 있는지조차 몰랐던 초등학교 5학년 담임 선생님 이름이었습니다. 주말에 꽃구경이라도 가셨는지 벚꽃 앞에서 찍은 사진을 프로필로 등록하셨더라고요. 정말 오래간만에 본 선생님 얼굴이었어요. 변하지 않은 특유의 미소를 보며 어린 시절을 떠올리게 됐습니다. 별안간 추억 여행을 했네요. 곰곰이 생각해 보니 지금 제 나이가 당시 선생님 나이쯤 됐을 텐데, 그때는 선생님이 참 커 보였거든요. 지금 저는 아무것도 모르는 한량 같은데 말이죠. 그때의 선생님은 열두 살 명성이를 어떤 맘으로 대하셨을지, 지금의 저는 어떤 맘으로 삶의 질곡을 감당해야 하는 건지, 아직도 배움이 많이 필요한 거구나, 그때 선생님도 여전히 자라고 계셨겠구나.. 생각이 꼬리를 물고 이어지다가, 문득 '선생님들의 선생님 이야기'가 궁금해졌어요. 님께도 기억 한편에 머무르는 선생님이 있나요?🧑‍🏫

고3 때는 선생님하고 상담할 시간이 많잖아요. 그때 담임 선생님이 일반적인 입시 지도 이상으로 학생들하고 교류하려고 애쓰셨거든요. 생일 때도 직접 편지 써 주시고, 졸업할 때도 반 친구들 하나하나 편지를 다 써 주셨고요. 지금은 선생님을 그만두시고 미국에 건너가셨어요. 제가 미국으로 교환학생 간 적 있는데, 그때도 햇반이나 고추장, 라면 같은 가득 담아서 택배로 보내주시고 생일 때 미역국까지 보내주셨거든요. 영어 선생님이셨는데, 저도 어쩌다 보니 영어를 전공했고 영어 선생님이 됐네요. 제 꿈을 격려하면서 응원해 주신 게 항상 감사해서 기억에 많이 남아요.

고3 여름방학에 친구들 몇 명이 모여서 스터디를 했어요. 아침부터 학교에 모여서 공부하고 저녁에 돌아가는 모임이었는데요. 제일 문제였던 게, 워낙에 시골 학교다 보니까 주변에 밥 먹을 데가 없었거든요. 방학이니까 급식도 안 하고요. 항상 컵라면으로 때우고 그랬는데, 한 번은 고3 부장 선생님이 그걸 보고는 마음이 쓰이셨는지 집에서 밥이랑 반찬을 바리바리 싸 들고 오신 거예요. 너무 감동적이었어요. 그날 이후로 매일 정해진 시간에 오셔서 배고픈 저희를 먹이셨어요. 나중에는 밥솥까지 가지고 오셨고요😂 그렇게 한 달 반을 보냈던 기억이 있네요. 지금 그 선생님께서 제 막냇동생 담임선생님이라고 하더라고요. 선생님도 기억에 남으시는지 아직도 그때 얘기를 하신대요. 겉으로는 무뚝뚝하고 차가운 선생님이셨는데, 얼마나 아꼈으면 방학에 매일 나오면서까지 저희를 챙기셨을까요? 떠올릴 때마다 감사해요.

주인장 맘대로 드라마 추천! 대망의 마지막 시간입니다🥹 '선생님들의 선생님' 이야기를 들으면서 제가 큰 배움을 얻은 드라마들을 떠올리게 됐어요. 상처를 품은 채 살아가는 주인공이 아픔을 마주하고 어려움을 극복해 내는 이야기를 보며 많이 배울 수 있었답니다. 혹 힘든 시간을 지나고 있을지 모를 님께, 이 드라마들을 적극 추천할게요. (한국 드라마 추천한다고 해 놓고 외국 드라마들 추천하는 저를 용서해 주시길..) 

<한너본>에서도 소개한 적 있는 그 드라마, '테드 래소'입니다. 축구에 문외한인 미식축구 감독이 영국 프리미어리그의 감독으로 부임하면서 벌어지는 일들을 담은 드라마인데요. 축구 룰조차 제대로 모르는 그지만, 특유의 파이팅과 정신 교육(?)으로 팀을 하나로 뭉치게 만드는 과정을 드라마틱하게 그려냈어요. '좋은 스승은 어때야 하는지' 엿볼 수 있는 건 덤입니다. 축구 장면보다는 필드 위, 경기 전후 라커룸, 구단 사무실 등에서 펼쳐지는 대화가 드라마의 핵심이니 축구에 관심 없으시더라도 재밌게 볼 수 있을 거예요. 미국식 유머에 빵빵 터질 자신 있는 님이라면 더욱 추천!